공지사항
필수의료 위기 속 방치된 '체외순환사
작성자
이옥숙
작성일
2025-05-15
조회
440

우리나라 필수의료의 한 축인 심장혈관흉부외과의 핵심 인력인 '체외순환사'의 역할과 지위가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체외순환사는 심장 수술 및 ECMO(체외막 산소공급장치)와 같은 고도의 의료적 처치 과정에서 환자의 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하는 전문 인력이다. 그러나 이 중요한 의료 전문가는 법적 지위조차 명확히 인정받지 못한 채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서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체외순환사는 단순히 보조적 역할을 하는 인력이 아니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와 대한체외순환사협회는 오랜 기간 자발적으로 철저한 자격 인증 제도와 전문적인 교육 체계를 구축하고 운영하고 있다. 기본적인 임상 경력 외에도 최소 150례 이상의 실제 체외순환 운영 경험을 갖추어야 하며, 3년마다 지속적인 재교육과 함께 연평균 30례 이상의 임상 경력을 유지해야만 자격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엄격한 전문성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최근 간호법 시행령에서 중환자, 응급, 수술, 순환기, 심혈관흉부 전담간호사들에게 단지 30~40시간의 단기 실기 교육과 200시간의 실습만으로 체외순환 업무를 수행하도록 허용한 결정은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이는 체외순환 업무의 난이도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책임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다. 실제로 체외순환사의 철저한 교육 과정과 임상 경험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짧은 시간이다.
이러한 업무 단순화는 환자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결정이다. 충분한 임상 경험과 전문 교육을 갖추지 않은 인력이 ECMO와 같은 고도의 생명 유지 장치를 운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은 이미 수많은 사례와 시뮬레이션 자료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책임을 가벼이 여기는 결정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되며,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환자 안전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와 정치권에 분명히 묻는다. 전문적이고 엄격한 인증 체계가 존재하는 업무를 일반 전담간호사에게 짧은 교육만으로 맡기는 것이 타당한 결정인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고도의 전문 업무를 임기응변식의 간략한 교육 과정으로 해결하려는 것인가?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과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독자적인 의료인 면허를 갖춘 조산사 모델을 참고하여 체외순환사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는 방안이 있다. 조산사는 별도의 학과가 없더라도 국가 면허를 통해 높은 전문성과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이 모델을 참고하여 체외순환사의 교육과 법적 제도를 명확히 정비하는 것이 필수 의료의 공백을 방지하고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체외순환사의 전문성과 헌신을 제대로 인식하고 합당한 법적 보호와 사회적 존중을 제공해야 한다. 체외순환사의 이탈은 필연적으로 필수의료 체계의 붕괴와 환자 안전의 중대한 위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더 이상의 방치는 용납될 수 없으며, 이제라도 즉각적인 제도 개선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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